대한민국 의료는 왜 전공의 파업에 취약한가?
M
탑매니저
20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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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기준에 따라 작년 10월에 시작된 현 의료대란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이제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암울한 상황입니다.
이 시점에 정부와 의사는 2천명 증원 유지니 원점 재논의니 각자의 입장만을 이야기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전 이 시점에 2천명보다 더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보고 그 대답 역시 직접 써보려 합니다.
"지금 의대 2천명 증원이 맞는가?"
제 생각에 저 질문보다 훨씬 더 근원적인 질문은 이것 입니다.
"대한민국 의료는 왜 전공의 파업에 취약한가?"
사실 어찌보면 이것이 핵심입니다.
누군가는 파업이라 표현하고 누군가는 사직이라 하지만
파업으로 통칭하겠습니다.
2024년 7월 15일 기준으로
전체 전공의 1만3756명 중 출근한 전공의는 1155명이라고 합니다. (출처 보건복지부)
무려 84%에 달하는 엄청난 파업 참여율이죠.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이상한 상황입니다.
전공의, 아직 전문의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의사 수는 13만명에 달하며
그 중 전문의 비율은 94%로 전문의만 12만명이 있습니다. (출처 OECD 건강 통계 2023)
전공의 중 파업 참여율이 84%인 거지
의사 파업 참여율은 10%가 채 안 되는 상황이죠.
그것도 군인으로 치면 훈련병 내지 이등병에 해당하는
말단인 전공의만으로 9% 의 저조한 참여율 수준의 파업을 하는데
지금의 의료대란이 발생하고 있는 거죠.
이상하지 않습니까?
만약 지하철 노조의 파업이 참여율 9%대라면 이런 식일 것입니다.
"현재 지하철 노조 파업으로 10분마다 오던 지하철이 11~12분마다 올 예정입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사실 산술적인 거고 9%면 실제로는 1~2분 추가도 안 될 겁니다.
그런데 2024년 9월 현재
9% 수준의 파업, 그것도 막내들의 파업으로
대한민국 의료가 파행으로 가고 있습니다.
2020년에 전공의 파업 당시 정부는 사실상 백기투항했습니다.
그 때도 의사 전체 파업 참여율은 지금보다 저조한 8~9%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의료가 파행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고 증원을 포기했습니다.
2024년 전공의 파업은 현재 진행중이며
정부가 굴복하진 않았지만 의료는 파행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에 전 의대정원 이천명에 관련된 질문보다
더 핵심적인 질문 중 하나로 이것을 꼽은 겁니다.
"대한민국 의료는 왜 전공의 파업에 취약한가?"
사실 전공의 파업이 파급력이 없다면
뉴스에 몇 줄 나오고 지나갈 이벤트였을 것입니다.
겨우 9% 참여율의 파업이니까요.
하지만 현실은 참담하죠.
자문자답하겠다 했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답을 서술하겠습니다.
그 전에 OECD 국가 의료 기준 및 구조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의료 수준이 높다라는 말은 다시 말해
평균 수명이 높고
회피 가능 사망률이 낮고 (예방이나 의학처치로 사망 회피)
영아 사망률이 낮고
의료 서비스 가용성이 좋고
대기 시간이 짧고
그럼에도 비용이 저렴하다는 의미입니다. (출처 OECD 건강 통계 2023)
줄여보자면 높은 의료 서비스 가용성과 낮은 비용이겠죠.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OECD 국가들은 4가지 타입으로 나뉠 겁니다.
높은 의료 서비스 가용성과 높은 비용
높은 의료 서비스 가용성과 낮은 비용
낮은 의료 서비스 가용성과 높은 비용
낮은 의료 서비스 가용성과 낮은 비용
높은 의료 서비스 가용성과 높은 비용의 대표 국가는
역시나 미국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비쌉니다. 무지하게 비쌉니다.
대신 대기 시간이 짧고 의료 서비스 가용성이 좋습니다.
하지만 돈 없으면 그냥 죽거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죠.
낮은 의료 서비스 가용성과 낮은 비용의 대표 국가는
영국 캐나다 정도입니다.
기본적으로 개인 지출이 없습니다. 무료거나 저렴하죠.
대신 1차 2차 3차 병원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길고 오래 걸립니다.
무료로 운영하는 만큼 비싼 치료를 무료로 먼저 받을만한지 철저하게 검증합니다.
우리나라라면 빠르면 당일도 할 수 있는 수술을
몇 단계 몇 개월에 걸쳐서 검증한 후 진행합니다.
검증 역할을 할 의사가 많이 필요하기에
의대만 졸업한 GP 비율이 높고
전문의 비율이 낮으며
전체 의사 수가 많으며 준공무원입니다.
대기가 싫을 경우 자기 돈으로 빠르게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천문학적인 돈이 듭니다.
그렇다면 높은 의료 서비스 가용성과 낮은 비용의 대표 국가는?
놀랍게도 대한민국입니다.
우리는 꼼수의 민족.
낮은 비용과 높은 의료 서비스 가용성을 달성했습니다.
건강 지출에 따른 결과는
기대 수명과 건강 지출
회피 가능 사망률과 의료비 지출
질 좋은 서비스 가용성과 의료비 지출에 대한 만족도
유방암 건짐 및 건강 지출
등의 지표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OECD 30개국이 넘는 국가 중
위 4개 지표 모두 긍정 평가에 들어간 국가는
대한민국과 이스라엘 정도밖에 없습니다. (출처 OECD 건강 통계 2023)
낮은 비용과 높은 의료 서비스 가용성.
이 어려운 걸 해낸 대한민국.
통계 자체는 명백합니다.
OECD 건강 통계 2023를 더 자세히 읽어보면 읽어볼수록
국뽕이 차오릅니다.
앞서 밝힌 기준대로 보면
대한민국은
평균 수명이 높고
회피 가능 사망률이 낮고 (예방이나 의학처치로 사망 회피)
영아 사망률이 낮고
의료 서비스 가용성이 좋고
대기 시간이 짧습니다.
KOR 대한민국 약자를 찾기 쉽거든요.
대부분 양쪽 끝 쪽에 있습니다.
좋은 방향으로 끝에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수치를 보면서도 마냥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
정공법으로 도달한 결과가 아니고 꼼수로 도달한 결과이고
이 꼼수가
"대한민국 의료는 왜 전공의 파업에 취약한가?"
라는 질문의 답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의료는 비쌉니다. 기본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죠.
앞서 말한 영국은 이 비용을 관리하기 위해
수술까지 가는 과정에 허들을 여럿 두어 비용을 절감하였고
미국은 비용!! 더 큰 비용!!!! 을 부르짖으며
비용 절감보다는 다른 길을 찾았죠.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디스 이즈 코리안 스타일' 을 찾습니다.
전공의. 아직 전문의가 아닌 수련중인 의사죠.
"얘들 수련중이니 최저임금 안 주고 많이 뽑아서 일 시키면 되지 않을까?"
전공의를 많이 뽑아서 전문의 잡을 전부 시키면
전문의를 적게 뽑아도 되고 그럼 비용이 줄어든다는 산술적인 접근이 가능해진 거죠.
거기에 전문의 비율이 높아질테니 평균적인 의료 수준도 향상될 거고요.
그렇게 기형적인 K-대형병원이 탄생합니다.
OECD 3차 병원의 전문의 전공의 비율은 9:1 수준입니다
전공의가 10%죠.
전공의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수련만 받는 게 가능한 인력구조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빅5 기준 40% 가 전공의입니다.
그 외 3차 병원의 경우 50-60% 수준인 곳도 있다고 합니다.
전공의를 갈아넣어서
낮은 비용과 높은 의료 서비스 가용성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거죠.
그렇다면 전공의들은 바보인가?
본인들 인생 중 4-5년을 갈아넣는데 그걸 받아들인다고?
받아들일만 하죠. 그 끝에 뭐가 있는지 보이니깐.
대학병원에 남길 원하는 의사들은 애초에 참의료 그 자체에 집중할 분들이니
수련과정을 당연히 받아들인 것이고
수련 후 개원가로 나가길 원하는 분들은 그 끝에 물질적인 풍요가 기다리고 있으니
수련과정을 당연히 받아들인 것이죠.
이 과정이 힘들지만 그 끝에 있을 심적 만족감이나 물질적인 풍요가 보이니까요.
이렇게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비록 기형적인 구조일지언정
대한민국은 OECD 최고 수준의 가성비 의료를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의료는 왜 전공의 파업에 취약한가?"
이 질문의 답이 이제 보이실 겁니다.
전문의 90%인 병원에서 10% 전공의가 파업한다?
전문의 근무시간 하루 1시간 정도 추가될 뿐입니다.
힘들긴 하지만 감당할 만 합니다.
전문의 60%인 병원에서 40% 전공의가 파업한다?
전문의 근무시간 하루 7-8시간은 추가될 겁니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전공의 비율 40%에 달하는 기형적인 구조의 3차병원은
전공의 파업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라는 거죠.
그리고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이 드실 수도 있겠습니다.
전공의 파업에 취약한 이유는 대략 알겠다.
그런데 그게 왜 핵심이냐?
이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의 핵심이자
앞으로 진행될 상황의 핵심도 저렴한 전공의 의존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PA 간호사로 공백을 메우겠다고 합니다.
웃기는 소리입니다.
PA 간호사가 전공의보다 훨씬 비쌉니다.
능력은 차처하더라도
비싼 월급 받는 사람으로 싼 월급 받는 사람을 대체하겠다?
그 정도 예산 있었으면 애초에 이 지경까지 가지 않았습니다.
정부에서 말합니다.
의사는 환자 곁을 지켜야 한다고 전공의는 돌아오라고.
그런데 사실은 전문의를 더 뽑으면 인원 문제는 해결됩니다.
솔직히 환자들한테 전공의 전문의 둘 중 고르라고 하면
백이면 백 전문의 고를 겁니다.
전공의가 안 돌아오면 호스피탈리스트. 환자 전담하는 전문의 고용하면 됩니다.
3차병원에서 일하다가 1 2차 병원으로 옮겨간 전문의 많습니다.
생각보다 연봉도 높지 않습니다. 앞서 밝힌 PA보다 조금 더 받습니다.
하지만 전공의보다는 훨씬 비쌉니다.
환자 곁을 지키라는 말의 속내에는 사실
전문의는 너희처럼 최저임금도 안 주고 못 굴려.
전문의 더 뽑으면 되지만 우리 그럴 돈 못 쓰겠어.
이 말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니 전공의가 나간 지 몇 달 지난 지금까지 전문의 안 뽑고 버티고 있는 겁니다.
이거 건물주들이 공실이 나도 월세 못 내리는 이유랑 비슷해보이지 않습니까?
이제 3차병원들이 하나 둘씩 망할 겁니다.
전공의 비율 40%에 달하던 빅5는 말할 것도 없고
전공의 비율 50% 60%씩 하던 병원들은
정상적인 운영 자체가 안 됩니다.
다시 말하지만 재무 구조 자체가 절반 전후의 의사가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다는 전제로 짜여져 있는데
그들의 80~90%가 이탈하니 수익구조가 무너져 버립니다.
증원을 하면 의사들이 경쟁에 노출되어
의사 인건비가 내려가서 문제가 해결될 거라 말합니다.
하지만 다시 또 말하지만
현재 의료 수준은 전공의가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다는 전제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가능한 이유는
전공의 끝에는 높은 의사 수입이라고 하는 장미빛 미래가 제시되어 있기 떄문입니다.
그런데 의사들의 월급이 낮아진다고 하면
역설적으로 전공의가 최저임금 이하로 몇 년 일 할 유인 자체가 줄어듭니다.
수입이 늘 것도 아닌데 굳이 전문의가 될 필요가 없죠.
그리고 전공의 지원자가 줄어들면 이 체제는 무너집니다.
하지만 증원하면 전문의들이 경쟁해서 연봉이 줄어들지 않겠냐?
맞습니다. 전 이거 동의합니다. 증원하면 의사 전체 평균 연봉은 확실히 줄어들겠죠.
하지만 이거 평균의 함정입니다.
지금 문제가 되는 건 의사 전체가 아닙니다.
수술이 안 되니 응급실 뺑뻉이가 늘었니
이거 사실 전부 3차 병원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3차병원 의사는 애초에 의사 집단에서 월급이 가장 적은 집단입니다.
3차병원 교수 연봉 수준은 나이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대기업 중에 최상위 연봉인 곳들보다 오히려 낮고
상위 연봉인 곳들이랑 비슷한 수준이죠.
거기에 3차병원 의사는 인센티브가 없습니다.
법적으로 못 받게 막혀 있습니다.
증원이 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
개원가 의사들 연봉은 확실히 줄어들 겁니다.
하지만 지금 문제의 핵심인 3차병원 교수들 연봉
줄어봐야 얼마나 줄어들까요?
대기업 연봉 평균 정도?
이게 맞는지는 차처하고 보더라도
그렇게 되더라도 문제가 해결이 안 됩니다.
지금 3차병원은 사실
절반의 대기업 상위연봉 수준 전문의와
절반의 최저임금도 못 받는 전공의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증원을 해서 의사 인건비를 줄여서 비용 문제를 해결한다?
어불성설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떻게 보면 제일 큰 문제가 남았습니다.
전공의들이 이제 알아 버렸습니다.
위에 제가 밝힌 내용
사실 의대 공부만 한 전공의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사태를 통해 알아버렸습니다.
저수가라고 징징거리던 3차 병원들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었는지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거나 다름 없다고 봅니다.
이들이 이걸 알아버렸기에 절대 이전과 똑같이 돌아가기 어렵다고 봅니다.
쓰고 나니 암울합니다.
길을 잃어버렸을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어디 있는가를 찾는 거라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로 전 의사가 아니고 당연히 전공의도 아닙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이제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암울한 상황입니다.
이 시점에 정부와 의사는 2천명 증원 유지니 원점 재논의니 각자의 입장만을 이야기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전 이 시점에 2천명보다 더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보고 그 대답 역시 직접 써보려 합니다.
"지금 의대 2천명 증원이 맞는가?"
제 생각에 저 질문보다 훨씬 더 근원적인 질문은 이것 입니다.
"대한민국 의료는 왜 전공의 파업에 취약한가?"
사실 어찌보면 이것이 핵심입니다.
누군가는 파업이라 표현하고 누군가는 사직이라 하지만
파업으로 통칭하겠습니다.
2024년 7월 15일 기준으로
전체 전공의 1만3756명 중 출근한 전공의는 1155명이라고 합니다. (출처 보건복지부)
무려 84%에 달하는 엄청난 파업 참여율이죠.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이상한 상황입니다.
전공의, 아직 전문의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의사 수는 13만명에 달하며
그 중 전문의 비율은 94%로 전문의만 12만명이 있습니다. (출처 OECD 건강 통계 2023)
전공의 중 파업 참여율이 84%인 거지
의사 파업 참여율은 10%가 채 안 되는 상황이죠.
그것도 군인으로 치면 훈련병 내지 이등병에 해당하는
말단인 전공의만으로 9% 의 저조한 참여율 수준의 파업을 하는데
지금의 의료대란이 발생하고 있는 거죠.
이상하지 않습니까?
만약 지하철 노조의 파업이 참여율 9%대라면 이런 식일 것입니다.
"현재 지하철 노조 파업으로 10분마다 오던 지하철이 11~12분마다 올 예정입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사실 산술적인 거고 9%면 실제로는 1~2분 추가도 안 될 겁니다.
그런데 2024년 9월 현재
9% 수준의 파업, 그것도 막내들의 파업으로
대한민국 의료가 파행으로 가고 있습니다.
2020년에 전공의 파업 당시 정부는 사실상 백기투항했습니다.
그 때도 의사 전체 파업 참여율은 지금보다 저조한 8~9%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의료가 파행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고 증원을 포기했습니다.
2024년 전공의 파업은 현재 진행중이며
정부가 굴복하진 않았지만 의료는 파행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에 전 의대정원 이천명에 관련된 질문보다
더 핵심적인 질문 중 하나로 이것을 꼽은 겁니다.
"대한민국 의료는 왜 전공의 파업에 취약한가?"
사실 전공의 파업이 파급력이 없다면
뉴스에 몇 줄 나오고 지나갈 이벤트였을 것입니다.
겨우 9% 참여율의 파업이니까요.
하지만 현실은 참담하죠.
자문자답하겠다 했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답을 서술하겠습니다.
그 전에 OECD 국가 의료 기준 및 구조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의료 수준이 높다라는 말은 다시 말해
평균 수명이 높고
회피 가능 사망률이 낮고 (예방이나 의학처치로 사망 회피)
영아 사망률이 낮고
의료 서비스 가용성이 좋고
대기 시간이 짧고
그럼에도 비용이 저렴하다는 의미입니다. (출처 OECD 건강 통계 2023)
줄여보자면 높은 의료 서비스 가용성과 낮은 비용이겠죠.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OECD 국가들은 4가지 타입으로 나뉠 겁니다.
높은 의료 서비스 가용성과 높은 비용
높은 의료 서비스 가용성과 낮은 비용
낮은 의료 서비스 가용성과 높은 비용
낮은 의료 서비스 가용성과 낮은 비용
높은 의료 서비스 가용성과 높은 비용의 대표 국가는
역시나 미국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비쌉니다. 무지하게 비쌉니다.
대신 대기 시간이 짧고 의료 서비스 가용성이 좋습니다.
하지만 돈 없으면 그냥 죽거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죠.
낮은 의료 서비스 가용성과 낮은 비용의 대표 국가는
영국 캐나다 정도입니다.
기본적으로 개인 지출이 없습니다. 무료거나 저렴하죠.
대신 1차 2차 3차 병원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길고 오래 걸립니다.
무료로 운영하는 만큼 비싼 치료를 무료로 먼저 받을만한지 철저하게 검증합니다.
우리나라라면 빠르면 당일도 할 수 있는 수술을
몇 단계 몇 개월에 걸쳐서 검증한 후 진행합니다.
검증 역할을 할 의사가 많이 필요하기에
의대만 졸업한 GP 비율이 높고
전문의 비율이 낮으며
전체 의사 수가 많으며 준공무원입니다.
대기가 싫을 경우 자기 돈으로 빠르게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천문학적인 돈이 듭니다.
그렇다면 높은 의료 서비스 가용성과 낮은 비용의 대표 국가는?
놀랍게도 대한민국입니다.
우리는 꼼수의 민족.
낮은 비용과 높은 의료 서비스 가용성을 달성했습니다.
건강 지출에 따른 결과는
기대 수명과 건강 지출
회피 가능 사망률과 의료비 지출
질 좋은 서비스 가용성과 의료비 지출에 대한 만족도
유방암 건짐 및 건강 지출
등의 지표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OECD 30개국이 넘는 국가 중
위 4개 지표 모두 긍정 평가에 들어간 국가는
대한민국과 이스라엘 정도밖에 없습니다. (출처 OECD 건강 통계 2023)
낮은 비용과 높은 의료 서비스 가용성.
이 어려운 걸 해낸 대한민국.
통계 자체는 명백합니다.
OECD 건강 통계 2023를 더 자세히 읽어보면 읽어볼수록
국뽕이 차오릅니다.
앞서 밝힌 기준대로 보면
대한민국은
평균 수명이 높고
회피 가능 사망률이 낮고 (예방이나 의학처치로 사망 회피)
영아 사망률이 낮고
의료 서비스 가용성이 좋고
대기 시간이 짧습니다.
KOR 대한민국 약자를 찾기 쉽거든요.
대부분 양쪽 끝 쪽에 있습니다.
좋은 방향으로 끝에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수치를 보면서도 마냥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
정공법으로 도달한 결과가 아니고 꼼수로 도달한 결과이고
이 꼼수가
"대한민국 의료는 왜 전공의 파업에 취약한가?"
라는 질문의 답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의료는 비쌉니다. 기본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죠.
앞서 말한 영국은 이 비용을 관리하기 위해
수술까지 가는 과정에 허들을 여럿 두어 비용을 절감하였고
미국은 비용!! 더 큰 비용!!!! 을 부르짖으며
비용 절감보다는 다른 길을 찾았죠.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디스 이즈 코리안 스타일' 을 찾습니다.
전공의. 아직 전문의가 아닌 수련중인 의사죠.
"얘들 수련중이니 최저임금 안 주고 많이 뽑아서 일 시키면 되지 않을까?"
전공의를 많이 뽑아서 전문의 잡을 전부 시키면
전문의를 적게 뽑아도 되고 그럼 비용이 줄어든다는 산술적인 접근이 가능해진 거죠.
거기에 전문의 비율이 높아질테니 평균적인 의료 수준도 향상될 거고요.
그렇게 기형적인 K-대형병원이 탄생합니다.
OECD 3차 병원의 전문의 전공의 비율은 9:1 수준입니다
전공의가 10%죠.
전공의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수련만 받는 게 가능한 인력구조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빅5 기준 40% 가 전공의입니다.
그 외 3차 병원의 경우 50-60% 수준인 곳도 있다고 합니다.
전공의를 갈아넣어서
낮은 비용과 높은 의료 서비스 가용성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거죠.
그렇다면 전공의들은 바보인가?
본인들 인생 중 4-5년을 갈아넣는데 그걸 받아들인다고?
받아들일만 하죠. 그 끝에 뭐가 있는지 보이니깐.
대학병원에 남길 원하는 의사들은 애초에 참의료 그 자체에 집중할 분들이니
수련과정을 당연히 받아들인 것이고
수련 후 개원가로 나가길 원하는 분들은 그 끝에 물질적인 풍요가 기다리고 있으니
수련과정을 당연히 받아들인 것이죠.
이 과정이 힘들지만 그 끝에 있을 심적 만족감이나 물질적인 풍요가 보이니까요.
이렇게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비록 기형적인 구조일지언정
대한민국은 OECD 최고 수준의 가성비 의료를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의료는 왜 전공의 파업에 취약한가?"
이 질문의 답이 이제 보이실 겁니다.
전문의 90%인 병원에서 10% 전공의가 파업한다?
전문의 근무시간 하루 1시간 정도 추가될 뿐입니다.
힘들긴 하지만 감당할 만 합니다.
전문의 60%인 병원에서 40% 전공의가 파업한다?
전문의 근무시간 하루 7-8시간은 추가될 겁니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전공의 비율 40%에 달하는 기형적인 구조의 3차병원은
전공의 파업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라는 거죠.
그리고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이 드실 수도 있겠습니다.
전공의 파업에 취약한 이유는 대략 알겠다.
그런데 그게 왜 핵심이냐?
이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의 핵심이자
앞으로 진행될 상황의 핵심도 저렴한 전공의 의존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PA 간호사로 공백을 메우겠다고 합니다.
웃기는 소리입니다.
PA 간호사가 전공의보다 훨씬 비쌉니다.
능력은 차처하더라도
비싼 월급 받는 사람으로 싼 월급 받는 사람을 대체하겠다?
그 정도 예산 있었으면 애초에 이 지경까지 가지 않았습니다.
정부에서 말합니다.
의사는 환자 곁을 지켜야 한다고 전공의는 돌아오라고.
그런데 사실은 전문의를 더 뽑으면 인원 문제는 해결됩니다.
솔직히 환자들한테 전공의 전문의 둘 중 고르라고 하면
백이면 백 전문의 고를 겁니다.
전공의가 안 돌아오면 호스피탈리스트. 환자 전담하는 전문의 고용하면 됩니다.
3차병원에서 일하다가 1 2차 병원으로 옮겨간 전문의 많습니다.
생각보다 연봉도 높지 않습니다. 앞서 밝힌 PA보다 조금 더 받습니다.
하지만 전공의보다는 훨씬 비쌉니다.
환자 곁을 지키라는 말의 속내에는 사실
전문의는 너희처럼 최저임금도 안 주고 못 굴려.
전문의 더 뽑으면 되지만 우리 그럴 돈 못 쓰겠어.
이 말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니 전공의가 나간 지 몇 달 지난 지금까지 전문의 안 뽑고 버티고 있는 겁니다.
이거 건물주들이 공실이 나도 월세 못 내리는 이유랑 비슷해보이지 않습니까?
이제 3차병원들이 하나 둘씩 망할 겁니다.
전공의 비율 40%에 달하던 빅5는 말할 것도 없고
전공의 비율 50% 60%씩 하던 병원들은
정상적인 운영 자체가 안 됩니다.
다시 말하지만 재무 구조 자체가 절반 전후의 의사가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다는 전제로 짜여져 있는데
그들의 80~90%가 이탈하니 수익구조가 무너져 버립니다.
증원을 하면 의사들이 경쟁에 노출되어
의사 인건비가 내려가서 문제가 해결될 거라 말합니다.
하지만 다시 또 말하지만
현재 의료 수준은 전공의가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다는 전제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가능한 이유는
전공의 끝에는 높은 의사 수입이라고 하는 장미빛 미래가 제시되어 있기 떄문입니다.
그런데 의사들의 월급이 낮아진다고 하면
역설적으로 전공의가 최저임금 이하로 몇 년 일 할 유인 자체가 줄어듭니다.
수입이 늘 것도 아닌데 굳이 전문의가 될 필요가 없죠.
그리고 전공의 지원자가 줄어들면 이 체제는 무너집니다.
하지만 증원하면 전문의들이 경쟁해서 연봉이 줄어들지 않겠냐?
맞습니다. 전 이거 동의합니다. 증원하면 의사 전체 평균 연봉은 확실히 줄어들겠죠.
하지만 이거 평균의 함정입니다.
지금 문제가 되는 건 의사 전체가 아닙니다.
수술이 안 되니 응급실 뺑뻉이가 늘었니
이거 사실 전부 3차 병원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3차병원 의사는 애초에 의사 집단에서 월급이 가장 적은 집단입니다.
3차병원 교수 연봉 수준은 나이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대기업 중에 최상위 연봉인 곳들보다 오히려 낮고
상위 연봉인 곳들이랑 비슷한 수준이죠.
거기에 3차병원 의사는 인센티브가 없습니다.
법적으로 못 받게 막혀 있습니다.
증원이 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
개원가 의사들 연봉은 확실히 줄어들 겁니다.
하지만 지금 문제의 핵심인 3차병원 교수들 연봉
줄어봐야 얼마나 줄어들까요?
대기업 연봉 평균 정도?
이게 맞는지는 차처하고 보더라도
그렇게 되더라도 문제가 해결이 안 됩니다.
지금 3차병원은 사실
절반의 대기업 상위연봉 수준 전문의와
절반의 최저임금도 못 받는 전공의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증원을 해서 의사 인건비를 줄여서 비용 문제를 해결한다?
어불성설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떻게 보면 제일 큰 문제가 남았습니다.
전공의들이 이제 알아 버렸습니다.
위에 제가 밝힌 내용
사실 의대 공부만 한 전공의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사태를 통해 알아버렸습니다.
저수가라고 징징거리던 3차 병원들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었는지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거나 다름 없다고 봅니다.
이들이 이걸 알아버렸기에 절대 이전과 똑같이 돌아가기 어렵다고 봅니다.
쓰고 나니 암울합니다.
길을 잃어버렸을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어디 있는가를 찾는 거라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로 전 의사가 아니고 당연히 전공의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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