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이야기
칼국숫집을 처음 시작할 때 어느 지인이 저에게 말하더군요.
"칼국수 맛은 솔직히 다 거기서 거기인데. 그 집 김치맛이 어떠냐가 관건"이라고요,
김치를 담글 줄 몰랐던 저는 어머니께 부탁드렸습니다.
어머니는 흔쾌히 김치 만드는 것을 도와주셨습니다.
어머니의 김치 덕분에 장사를 하면서 손님들이 김치가 맛있다는 칭찬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어떤 손님은 김치만 따로 팔면 안 되냐고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김치는 배추 겉절이와 무 석박지 두 종류를 했는데
2~3일에 한 번씩 번갈아가며 담가야 했습니다.
그렇게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어머니는 김치 담그는 것을 도와주셨습니다.
그리고 매년 김장도 빠지지 않고 하셨지요.
김장을 하는 날은 가게를 일찍 닫고 홀의 식탁과 의자를 한 쪽으로 치워놓고
홀 바닥에 커다란 다라이를 놓고 거기서 김장을 했습니다.
동생내외도 와서 도와주고요
김장이 끝나면 수육을 삶아 남은 김치속과 미리 빼 둔 절인 배추 속잎에 싸 먹기도 했지요.
그렇게 만든 김장 김치는 저와 제 동생에게 김냉 저장용 통에 2~3통씩 나눠주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이제는 연세도 많이 드시고 건강도 예전만 못 하셔서
이제는 김장을 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작년과 재작년은 김장을 안 하고 그냥 지나갔지요.
어머니의 맛있는 김치를 이제는 먹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김치를 별로 잘 먹지 않는 저는 그냥 마트에서 사는 김치를 먹는 것에 불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외국인임에도 저보다 김치를 잘 먹는 아내는
마트에서 사는 김치는 맛이 없고 어머니께서 만드신 김치가 맛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자기가 어머니께 김치 만드는 것을 배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머니께 어렵사리 부탁을 드렸습니다.
이번 한 번만 김장을 하면서 아내와 저에게 김치 만드는 법을 알려달라고요.
어머니는 흔쾌히 수락을 하시고는 드디어 내일 어머니 댁으로 김장을 하러 갑니다.
휴대폰 카메라로 김장하는 과정을 찍기도 할 예정입니다.
이번에 잘 배워서 내년부터는 저희가 직접 김장을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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