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머니요

국회 다녀왔어요 무서웠네요 ㅎ..

M
탑매니저
2024.12.04 추천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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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너무도 어린 아이가 있고, 아내가 재택근무로 전환되기 전까진 제가 하루 종일 함께 있어줘야 하기 때문에 계속 자리를 지킬순 없었습니다.

계엄령에 대해 조금 늦게 알았어요.

일하다 우연히 본 댓글에서 '학교휴교통지' 라는 단어를 봤고,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걸 느끼고 검색을 해본 후에야 계엄이 선포된걸 알았어요.

계엄령 내용 볼 시간도 없이, 관련 유튜브 라이브들을 찾아보고, 이재명 대표님께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국회로 와달라고 하셨다는 내용을 보고, 진짜인지 확인하기 위해 라이브 영상을 봤네요.

정확히 어떤 감정이 얼마나 섞여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눈물이 났어요.

답답하고 화가났고, 또 미안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돌아가시고 얼마나 지난 시점인지 잘 기억이 안나네요..

문득 지나가던 추모 광장에서 발을 떼지 못하고 그렇게 서성이다 한참을 오열했던 기억이 있어요.

지켜드리지 못한게 그렇게도 죄송하고 안쓰러워서 어쩔줄을 모르고 그렇게 한참을 울었어요.

그때의 마음과 비슷했어요, 또 같은 일이 있을까봐 그게 너무 무서워서, 지켜주지 못했다는 그 억장이 무너지는 감정을 다시 겪고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뭐라도 하지 않을수가 없었어요.

미리 나가있던 주진우기자의 라이브를 들으며 여의도로 차를 몰았어요.

군인들은 총을 메고 등장했고, 솔직히 거기서 사상자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그런 상황이었어요..

무서웠어요.

목표는 의원들의 국회 진입을 막아 계엄을 유지시키는 것으로 보였어요.

표의 수가 모자르면 실제로 그렇게 될수도 있는 상황이라 판단됐고, 가서 몸으로 막든 담을 넘을 발판이 되어주든 뭐라도 하려면 사람이 있어야겠다 하는 생각에 계속 차를 몰았어요.

 

결과를 아는 지금은 안심하고 있지만, 결과를 몰랐던, 차를 몰고 나가던 시간의 거리엔 사람들도 없었고, 차도 거의 없었어요.

계엄이라면 정말 본보기로 사고를 가장해 누군가를 죽여도 실보단 득이 많은 상황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얼마전에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던 꿈이 이거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ㅎ..

아이를 살리기 위해 목을 물려 죽으며, 괜찮으니 저쪽으로 가서 조금만 놀고 있으라고 미소지어주던 그 선택이 아직도 생생해요.

솔직히 정말 그게 오늘이구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고, 차를 돌릴 수십 수백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대표님의 "국민여러분, 국회로 와주십시오.." 라고 하던 그 모습이 잊히질 않아 그렇게 달렸네요 ㅎ..

같은 방향으로 가는 차가 한대 두대 늘어나고, 여의도로 갈수록 서로 가는 방향이 같다는게 느껴졌어요.

순복음교회가 보이고 국회 도로로 진입하며 여기 저기 주차된 차들, 신호등을 성큼성큼 걸어서 국회로 가는 사람들의 결연한 표정이 보였어요.

주차 장소를 찾지 못해 조금 늦었기에 국회로 들어가진 못했어요.

차벽 근처 입구에서 경찰들과 대치하며 모두 함께 "윤석렬을 체포하라" 를 외쳤네요.

처음엔 많지 않던 사람들이 점점 더 모이고, 외국인들도 참 많이 보였어요.

190 / 190 으로 의결되고, 이재명 대표님이 오시는걸 보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정말 국회가 제대로 막혀 의결이 되지 않고, 계엄 무효, 그리고 의결된 무효가 아닌, 의결 자체가 불가능했던 상황이 나왔다면.

모인 사람들이 적어 소수의 사상자로 본보기를 보이고 여론조작 및 댓글선동으로 '악법도 법이다' 식의 프레임을 만들고 그렇게 한해 두해 뭉게버릴 수 있었다면.

시위대 사이에 배치해둔 누군가의 공작이 불씨가 되어 '국가전복세력' 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게 가능한 상황이 나왔다면.

파악도 실행도 못하는 극도로 무능한 존재가 아니라 이 모든걸 제대로 실행할 머리가 있는 명태균이라는 존재가 지휘를 했었다면.

 

계엄에 겁먹고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면.. 어쩌면 상황이 달라질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오늘 국회에서 한뜻으로 모여 외치는 엄청난 인파를 보았고, 그 에너지가 확실히 느껴졌어요.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힘이 모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에게 아무리 좋은 계획이 있었다고 해도, 그정도의 인파가 이런 시점, 이런 시간에 이정도의 속도로 모여서 한목소리를 내면..

그건 거스를수가 없어요..

 

2년 반.. 멀리 돌아왔지만.. 끝내야죠..

시간이 된다면 나갑시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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