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머니요

동아일보 : ‘친위 쿠데타’ 실패로 ‘윤건희 정권’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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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매니저
2024.12.12 추천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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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 ‘친위 쿠데타’ 실패로 ‘윤건희 정권’은 끝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입구를 계엄군이 통제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입구를 계엄군이 통제하고 있다. 뉴시스

비상계엄이 해제되지 않았다고 가정해 보자. 국회와 정당, 언론사 앞엔 계엄군이 진을 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 밤 계엄군에게 체포됐다. “어디로 끌려갔다더라” 소리는 반국가세력의 체제 전복 행위라거나, 가짜뉴스·여론조작·허위선동으로 간주돼 계엄법 14조에 의해 처단된다(한동훈이 6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과천 수감장에 감금돼 있을 터다).

계엄사령관의 포고령 1호는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해된 10·26 사태 직후 계엄령에도 없던 대목이다. 국회의원들이 계엄 해제 요구결의안을 채택하려 해도 할 수가 없다. 계엄 철폐를 요구하는 집회, 시위도 금지됐다.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 될 판이다. 당연히 이 따위 글도 못 쓴다. 언론 출판은 계엄사 통제 대상이다(그간 써온 글 때문에 벌써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 당했을지 모른다).

 

▶3일 윤석열 대통령 계엄선포 직후 발표된 포고령 1호 전문 보기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41203/130562697/1

만일 3일 밤 계엄군이 의원들보다 먼저 국회에 진입했다면, 용감한 시민 수천 명이 국회로 달려가 무장군인들과 맞서며 국회가 표결할 시간을 벌어주지 않았다면, 이 말도 안 되는 일들은 벌써 현실이 돼 있을 것이다.

● 비상계엄이 야당 경고성이었다고?

윤석열 대통령(이하 경칭 생략)은 ‘야당의 폭거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는 거다. 통탄할 일이다. 친위 쿠데타가 실패했으니 하는 엉뚱한 소리지, 아파트 전체를 불태워놓고 아랫집에서 층간소음 내는 걸 알리려 불 질렀다는 소리보다 비정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통해 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KTV 화면 캡쳐

김병주 민주당 의원의 5일 한 인터뷰에 따르면, 윤석열은 어떻게 군이 투입됐는데 국회 하나 점령을 못 하느냐고 크게 질책했다고 한다. 4일 오전 1시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됐음에도 4시 27분까지 계엄 해제 담화를 발표하지 않은 것도 일말의 미련을 버리지 않아서가 아닌가 싶다. 육사도 아니고 서울법대를 나온 검찰총장 출신이, 박정희-전두환을 능가하는, 어떤 독재자도 감히 하지 못했던 친위 쿠데타를 일으키고도 뭘 잘못했는지 모른다고?

윤석열이 긴급 담화에서 밝힌 대로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의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 상태’에 있는 점도 부인할 순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대국민 호소문을 내놓았어야 할 일이다. 아니면 총선 패배 뒤 밀사를 보내 야당 대표와 ‘딜’을 시도했던 것처럼 총리나 내각 절반을 내놓을 테니 일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대화와 타협을 했어야 했다. 지난번 같은 기자회견 말고 진솔한 회견으로 국민 앞에 털어놓고 협조를 구했어도 국민은 대통령 편이 돼 줄 수 있었다. 대통령실과 내각 개편은 진작했어야 할 일이다.

● “위반 시 처단한다”고 전공의 복귀하겠나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들은 이렇게 하는 것이 정상이다. 나 같은 사람을 비롯해 주류 언론에선 입과 팔이 아프도록 말하고 또 썼다. 계엄 선포 담화대로, 아니 극우 유튜브 말마따나 국회에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 ‘체제전복을 노리는 반국가세력’이 있다면, 윤석열은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직후인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참석의원 190명의 만장일치로 통과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에서 경찰의 대공 수사에 쓰일 특활비 특경비까지 삭감했기 때문에 윤석열이 ‘종북세력’이라며 격분해 계엄을 결심했다는 것도 믿기 어렵다. 북에서 오물풍선 날리고 그 전날 밤엔 “모든 공격 수단을 준비 태세에 놓겠다”고 경고까지 했던 10월 12일도 골프나 쳤던 윤석열은 체제수호자란 말인가. 야당에서 내년 예산안 677조4000억 원 중 1%도 안 되는 감액을 했다고, 줄줄이 탄핵한다고 계엄령을 선포하는 대통령을 그대로 둘 수 있는지, 대한민국 체제가 더 불안하고 불쌍하다.

만에 하나, 계엄군의 국회 진입이 성공해 비상계엄이 살아있다 해도 윤석열이 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포고령대로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이 본업에 복귀’할 리 없다. 이미 군에 입대하거나 다른 업종에 취업한 의사는 어쩌란 말인가.

● ‘윤석열 유신’이라도 감행할 능력 있나

민생을 위한 통치를 하려 해도 국회가 민생법안을 통과시켜야 가능하다. ‘윤석열 유신헌법’과 ‘윤석열 정당’을 만들고 관제선거를 해서라도 다수당이 돼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비상계엄 아니라 계엄 할아버지에 성공한대도 박정희는커녕 전두환도 못 되는 윤석열 능력과 그릇으로 ‘윤석열 유신’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고려대학교·서강대학교를 비롯한 전국 7개 대학 총학생회 학생들이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 스타광장에서 비상계엄 대응을 위한 전국 대학 총학생회 긴급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유신이라니!! 아무리 글로벌 민주주의 쇠퇴와 함께 스트롱맨이 활개 치는 세상이 됐다 해도 우리나라가 52년 전 같은 유신독재로 돌아갈 순 없다. 대통령 탄핵에 못내 주저하던 한동훈도 “윤석열이 계속 대통령직을 수행하면 또 비상계엄 같은 극단적 행동을 저지를 우려가 있다”며 조속한 대통령 직무정지의 필요성을 밝혔다. 탄핵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친윤(친윤석열)은 물론 한때 윤석열을 지지했던 사람들도 심경이 복잡할 터다. 어떻게 교체한 보수정권인데 2년 반 만에 망한단 말인가. 이대로 탄핵이 진행될 경우, 내년 초 대선에서 필시 ‘이재명 대통령’에게 정권 상납할 게 분명하다는 근심이 자자하다.

● ‘윤건희 정권’ 사죄하고 윤석열 스스로 사임하라

그러나 설령 윤석열이 탄핵되지 않는다 해도 달라질 건 없다. 다수 국민은 이미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 자리에 있든 못 있든, 윤석열이 할 수 있는 게 없는 형국이다. V 제로 김건희 여사가 국정에 관여해 온 ‘윤건희 정권’이긴 해도 김건희가 전면에 나설 수도 없다. 결국 탄핵되든 안 되든 그들 부부가 설 자리는 없는 꼴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인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국회 해제요구안 통과 직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손을 잡고 팔을 두드리며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탄핵 트라우마’로 인해 대통령 탄핵만은 피하고 싶은 게 사실이다. 탄핵만 하면 자유민주주의가 절로 살아나는 것도 아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문재인 정권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나라’로 몰고 갔다. 이대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이재명 정권이 들어서 ‘죽어도 경험하기 싫은 나라’로 끌고 갈까 두려운 거다.

윤석열은 국민 앞에 절절히 사죄하는 것으로 마지막 소임을 다하기 바란다. 지난 2년 반, 절대 변하지 않는 윤석열을 죽도록 보긴 했지만 그래도 한 번 더 희망을 갖고 싶다. 또 한 번 탄핵당하는 불행한 보수 대통령으로 기록되기보다 국민 앞에 사죄하고 스스로 사임하는 길을 택하는 것이 낫다. 물론 김건희와 함께 사법적 책임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탄핵보다는 사퇴가 덜 수치스럽다. 그리하여 다음 대선까지 ‘거국내각’이 들어서 나라를 안정시킬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국민을 위한 마지막 봉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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