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이라는 듣기 좋은 말 - 두 번째 이야기
오직 한 사람, 가장 친한 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와이프와 상간남이 주고받은 톡 내용까지 그대로. 사실 이 친구는 와이프와 여러 면에서 비슷한 유형입니다. 남자답고 거침없고 솔직하죠. 저는 이 두 사람이 베프이고 아내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런 사람에게 끌렸기 때문이라는 거죠. 이 두 사람 옆에 있으면 한 없이 편안함을 느끼곤 했습니다. 무슨 이야기라도 들어주는 사람이었기에 무슨 얘기라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두 친구 중 한 사람을 잃었습니다.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말이죠.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학교 앞 건널목에서 기다리고 있는 긴 생머리의 키 큰 아내를 말이죠. 당시 아내는 길 잃은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있었습니다. 철길에서 다리를 다친 고양이를 구해 고양이를 싫어하는 새 어머니 몰래 다락방에서 키우고 있었죠. 그런데 결국 그 사실을 들키고 말았고 입양할 사람을 교회 게시판에서 찾고 있었습니다. 제가 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길로 고양이를 입양했죠. 함께 차를 타고 우리 집에 고양이를 들이던 그 날이 첫 데이트였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런 사람이라면, 길 잃은 고양이도 챙기는 사람이라면 평생 함께 해도 되지 않을까? 여느 이성을 만나던 때와는 다른 감정을 느꼈습니다. 뭘 해도 괜찮을 것 같은 편안함, 나도 몰랐던 내 집으로 돌아온 기분이랄까요.
간암으로 투병하시던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와이프를 만나기 직전 무렵이었을 것 같아요. 술을 많이 드셨습니다. 그런 날은 밤새도록 저를 앉혀놓고 술주정을 하셨죠. 그래서 집으로 가기 전 항상 아파트 창문을 바라보았습니다. 제발 꺼져있기를 바라면서요. 와이프는 그런 저에게 편히 쉴 수 있는 '안정감'을 주었어요. 아내 품에 있으면 세상 모든 근심을 잊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마음의 둥지가 이름도 모르는 낯선 놈에 의해 망가뜨려졌습니다. 회복은 불가능해보였습니다.
일단 상간놈 처리가 시급했습니다. 변호사를 만나 상담을 했습니다. 두 가지 방법이 있더군요. 소송을 하거나 합의를 하거나 당연히 소송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일단 시간이 오래 걸린다더군요. 그리고 위자료가 많아봐야 겨우 1000만원... 이건 아닌데 싶었습니다. 이 친구 돈 없는 사실을 제3자의 개입으로 알게 되었거든요. 친한 형인데 평소 이 친구를 아꼈던? 모양입니다. 아무튼 그 정보에 의하면 이 친구에게 줄 수 있는 타격은 경제적인거라야 했습니다. 하긴 나이 서른 여덟에 알바하고 있으니 대략 짐작이 갔습니다. 상대적으로 합의는 2500까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직접 만나고 싶지도 않았고, 싸다귀 날리는 것도 아까웠습니다. 그냥 그럴 가치가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모든 관심은 오직 아내와의 관계 정리에 있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혼 밖에 달리 방법이 없어보였습니다. 아내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고 저녁 늦게 집으로 갔습니다. 며칠 말미를 줄 테니 아이들과의 관계를 정리하라 했습니다. 당분간 며칠은 집을 비울거라 말했습니다.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어쩌면 아내와 저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밤이었습니다. 집은 비어 있었습니다. 평소 제가 자던 큰 방이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습니다. 사실 살림은 신혼 초부터 쳄병이었던 사람입니다. 오죽하면 제가 혼돈의 여신이라고 불렀을까요. 조금 있다가 아내가 딸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딸의 머리를 해주기 위해서라더군요. 아무 일 없는 듯이 나를 대하는 아내를 보니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대체 이건 무슨 신호일까?
내가 이혼 소송을 얘기했을 때 바로 변호사 사무실을 알아보던 사람입니다. 적어도 와이프의 통화와 문자, 카톡은 실시간으로 체크 중이었거든요. 다시금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와이프를 큰 방으로 데려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했습니다. 아내는 여전히 말을 아꼈습니다. 그리고 저보고 이기적이라고 하더군요. 대화를 하자고 하더니 일방적으로 퍼붓고 있다구요. 그 순간 제가 꼭지가 돌았습니다. 도대체 바람을 핀 여자가 할 소린가 싶었습니다. 거실에서 잠을 청하는 아내를 쫓아가 따졌습니다. 대체 이 상황에서 누가 이기적이라는거냐, 첫 째는 고3이고 장인어른은 쓰러지셨다. 그 와중에 상간남에게 '섹스하고 싶다'는 톡을 날리던게 누구냐 원빈 닮았다고 꼬리 친게 대체 누구냐고 그렇게 몸이 달았으면 당장이라도 짐 싸서 나가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런데 목석 같던 아내가 몸을 일으켜 아이들 방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아이들이 들을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여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혼자 소주 두 병을 들이킨 나에게 그런 상황이 안중에 들어올리 없었습니다. 곧이어 아내가 아이들 방으로 들어가고 두 아이가 무슨 일이냐며 부엌으로 뛰쳐나왔습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네 가족이 얼떨결에 주방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분노한? 아내의 눈빛에서 이글거리는 원망이 쏟아져나왔습니다. 아내는 짐을 싸고 있었습니다. 아이들까지 알게된 이상 더는 집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아내가 울자 아이들이 따라 울었도 나도 함께 울었습니다. 엄마가 미안해, 다른 남자와 바람을 폈어... 라고 아내가 말했습니다. 나는 본능적으로 최악의 상황만은 막아야겠다 싶어 아이들에게 엄마를 잡으로 말했습니다. 이미 아이들이 알았쟎냐며 아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이들의 울음 소리는 더 커졌습니다. 아내가 아이들에게 엄마가 같이 살아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지옥같은 밤이었습니다.
그날 밤 아내는 떠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혹이라도 아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까 싶어 한참 동안 곁을 지켰습니다. 둘째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했고, 첫째는 대략 어떤 상황인지를 알겠으나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한 가정이 이렇게 산산히 부서질 수 있구나, 이게 이렇게도 쉬운 일이었구나 싶은 마음에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내일 아침, 아내가 사라진 생경한 집안 모습을 상상하며 잠을 청했습니다. 하지만 그 날도 잠은 오지 않았습니다. 미치도록 잔인한 불면의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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