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받고 싶은 선물이 많네요.
반년 전 쯤? 마지막 헌혈을 인증했었습니다.
대략 10여년 간 고생했던 피부병 때문에 먹던 코르티코이드 스테로이드를 거의 끊어도 되는 수준이 되어서 헌혈을 재개했었거든요.
하지만, 그게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습니다.
지금도 손가락 마디 몇 군데가 터져있습니다.
당장은 피가 멎어있긴 하지만, 가끔 다시 터져서 피가 흘러나옵니다.
10여년 간, 진짜 별 일이 다 있었습니다.
심지어 이것 때문에 경찰이 불러세운 적도 있었거든요.
너무 당연한 겁니다.
손에서 피가 뚝뚝 흘리면서 다니는 (사실 앞뒤로 휙휙 손을 저을 떄마다 피가 바닥에 휙휙 튀...) 사람을 누가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까요.
손 좀 보자고 하는 말에, 그때가 되어서야 피가 나고 있다는 걸 알고서는 "이거 피부병 떄문에..." 라고 말하면.
일단 손을 들여다보긴 합니다만, 진짜 찢어진 부분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나면 "조심해서 들어가십쇼" 라고 하면서 보내주곤 했었으니까요.
이것 때문에 가끔 집안을 호러 영화의 배경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크게 움직이지 않으면 통증이 그리 심하지도 않다보니, 가끔 방바닥을 온통 피칠갑으로 만들어놓기도 했거든요.
물론, 이불이나 베개 등에 피를 묻히는 경우도 꽤 있었습니다.
- 이것 때문에, 여성분들이 자고 일어나서 여기저기 피범벅으로 만들었따면서 속상해하는 게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정말 심했을 떄는, 전신을 거즈와 붕대로 감고 살았습니다.
거즈가 떨어지지 않아서, 일단 물을 뒤집어 써서 거즈와 붕대를 불려서 벗겨내고 조심조심 씻어낸 다음 4리터 병으로 사다둔 요오드 살균소독제로 전신을 닦아서 소독하고 다시 거즈와 붕대를 감는 식이었거든요.
그나마 지금은 손가락 마디 몇군데와 발바닥 정도만 남아있습니다.
그래도 이게 터지면 되게 괴롭긴 합니다.
양말을 벗다가 피딱지와 엉킨 게 냅다 뜯기면.
손가락 움직이려다가 켈로이드가 된 부분이 찢어지거나 하면.
그 순간 아무리 견뎌보려고 해도 , 종종 비명이 새어나오더군요.
몸이 이렇게 아픈 것도 있지만, 그 이전부터 앓아온 마음의 병 또한 정말 사람 힘들게 만듭니다.
원인을 말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이전부터 힘들었는데, 거기에 피부병까지 겹치니까 정말...
문득 든 생각입니다만, 로또라도 되면 좀 마음이 편해지려나요?
금전적 여유라도 좀 있다면, 그래도 지긋하게 치료할 마음의 여유라도 생길까요?
지금도 손가락 마디 몇 군데가 찢어진 상태라서, 피를 닦아내고 지혈하고 밴드를 붙인 다음 다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성탄절, 이런 명절에 축복의 말이 아닌 "나 아파요" 라는 글이라서 죄송합니다.
저는 어쩌면, 좀 편해지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다들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Feliz Navi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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