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들여 고구마를 구웠습니다.
남편은 8시에 출발하는 게 목표라고 했고
저는 8시에 고구마를 사와
에어프라이어 100도에 30분, 뒤집어서 160도에 30분, 또 뒤집어서 190도에 30분을 구웠어요.
저온으로 오래 구우면 아주아주 달짝지근한 고구마가 되거든요.
남편이 온다는 시간은 점점 늦어져 9시가 넘어서고
고구마 익는 냄새는 온 집안에 가득하네요.
해질녘엔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병원 문을 열고 나서는데 눈발이 날리더군요.
올 겨울 처음으로 맞아보는 눈이 제법 머리를 적시고
저는 거리에서 절룩이면서 지나간 것들을 생각합니다.
때로는 내가 왜 여기에 내려앉았는지
어리둥절할 때가 있습니다.
학교도 들어가기 전 어린시절
한바탕 낮잠을 자고 장판에 붙은 볼따구를 쩍, 떼어내며 깨어나면
세상은 온통 낯설고 차게 푸르렀죠.
그시절에서 3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항상 다니던 길이 새삼 낯설어 황망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래오래 따뜻하고 달게 구운 고구마를
굳이 남편을 기다려서 나눠 먹으려 합니다.
내가 선택한 이정표, 돌아올 곳은
항상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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