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 정모 후기
10여 년도 더 지난 스무 살 언저리 언젠가
무슨 용기였는지 오유 정모에 처음 나갔었다
은행동을 지나 대흥동 어느 뒷골목을 돌고 돌아
찾아간 정모 장소 앞에서 갑자기 끓어오르는 소심함에
한참을 머리를 긁적이며 줄담배를 피우다가는 들어섰고
이미 거나하게 취한 분위기 속 자기소개를 하라는 요청에
닉네임을 말해야 할지 이름을 말해야 할지 고민하던 와중
옆에서는 담배 냄새 난다며 끊으라던 처음 본 누나의 잔소리와
소개는 됐고 술이나 먹으라며 술잔을 따라주던 어느 형님의 소리가 어울러진게
왠지 모르게 마음이 퍽 편안해졌다
그 후로도 몇 번인가 정모에 가고는 했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군대에 가기도 했고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또 누구는 갑자기 사라지고는 했지만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 빈자리들은 새로운 누군가와 기존의 누군가가 채웠으니까
항상 술은 입에도 안 댄 체 자리가 끝나면 운전해서 데려다주던 누나와
같이 밤을 새우고는 배고프면 안 된다며 맥모닝 봉지를 쑤셔 넣어주던 형들
눈치 없는 드립도 받아주던 모두가 왜 갑자기 생각이 날까
쓸쓸한가보다 처음 정모에 나갔던 그 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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