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이라는 듣기 좋은 말 - 세 번째 이야기
상간남은 아내보다 열 살 어리다고 했습니다. 대략 2,3년 전 아내가 꽈배기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처음 만났다고 했습니다. 그 놈 이야기로는 와이프가 열심히 사는데 늘 힘들어보였다고 하더군요. 두 사람은 이야기가 잘 통했나 봅니다. 키도 크고 잘 생긴 이 놈은 평소 여자가 끊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하네요. 그런데도 열 살 많은 아내에게 어떤 매력을 느꼈던 것일까요? 어느 날 와이프가 그 놈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여자 얼굴 보지 마라, 착하고 생활력 강하고 말 통하는 사람이 최고다. 그러자 상간남이 '그럼 누나네!'라고 화답했다고 합니다.
눈물 겨운 러브스토리입니다. 그렇게 가랑비에 옷 젖든 두 사람 사이가 가까워진 모양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인지 모르지만 와이프 표현대로라면 '그 놈의 술' 때문에 사단이 나고 맙니다. 저는 카카오톡 프로필을 통해 그 놈 모습을 보았습니다. 계곡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시원한 장면 속에 그 놈이 있었습니다. 썬클라스를 쓴 사진 속 그 놈 팔 다리는 길코 피부는 하얬습니다. 원빈 까지는 몰라도 준수한 외모였어요. 그런데 왜 이 놈은 여자가 줄을 서는데 아내에게 매력을 느꼈을까요? 아내가 말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새우가 뭔 줄 알아? 남이 까준 새우야. 상간남이 정성스럽게 새우를 까줍니다. 지나가는 말로 뭔가를 얘기하면 다음엔 꼭 그걸 해줬다고 하네요.
평소 나와는 대화를 잘 하지 않던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그 놈이 어떻게 말했길래 그렇게 끌렸냐고, 예를 들어 달라고. 그랬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어릴 때부터 폭력을 일삼던 장인 어른이 최근에 쓰러졌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그 전에 사갔던 샤인 머스캣을 그렇게 좋아하시던 장면이 떠올랐다고 해요. 그래서 쓰러지신 후 샤인 머스캣을 보내야 할까, 한참을 망설였다고 합니다. 안쓰러운 마음과 분노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거죠. 그 때 그 놈이 이렇게 말했다고 하네요. 내가 누나가 아니니 그 맘은 모르겠어, 그런데 누나가 마음 편한 쪽으로 결정했으면 좋겠어. 그런데 내게서는 그런 답을 들을 수 없었답니다. 아니 물어보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또 한 번 비참하게 비교당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놈 실체를 아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친한 친구라는 놈이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민사만은 막아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내가 니 마누리 건드렸어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느냐 당황하더군요. 내친 김에 상간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사진과는 달리 소심하고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였습니다. 자기도 괴로워서 며칠 술만 마시고 있다고 했습니다. 별 지랄 같은 소리를 하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결론은 아내가 따라왔다고 하더군요. 술자리를 마치고 너무 늦어 모텔을 가는데 와이프가 따라왔다구요. 또 한 번 꼭지가 돌았습니다. 비겁하게 책임 회피하는 찌질함에 또 한 번 실망했고 그런 고백 속에 등장하는 와이프가 혐오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전화 속 그 놈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와이프가 뛰쳐나와 그런 나를 말리느라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들을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어요. 하지만 한 번 내달린 끓는 감정은 멈출 줄을 몰랐습니다. 사실 이렇게 와이프와 상간남을 자극한 데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증거가 필요했거든요. 와이프가 유부녀라는 사실을 알고도 접근했다는 그 증거 말이죠. 이혼을 결심한 마당에 그 증거를 찾는게 절실했습니다. 그런데 그 고백을 듣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 놈도 미안한 마음을 있었던지 순순히 자백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엔 더 큰 허탈감이 찾아왔습니다. 한 마디로 현타가 온 것이죠. 아니길 바랬습니다. 간절히 바랬습니다. 내 아내가 그런 놈과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놈의 아는 형지 자꾸만 톡과 문자를 보내오더군요. 그 사람이 와이프에게도 톡을 날렸습니다. 니가 먼저 사랑한거 아니냐, 가정은 이미 파탄났다, 아이도 못 데려올거다... 소송만은 막고자 하는 애틋한? 노력이 이어졌습니다. 덕분에 나는 차고 넘치는 두 년놈들의 행각을 상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그 놈이 짜글이 찌개를 끓여줬다고 했습니다. 좋은 재료를 사서 한 두 시간 정성을 다해 만들어줬다고 합니다. 그 동안 와이프는 손도 못 대게 하고 유튜브나 보라고 했다고 하네요. 어라, 그 짓을 모텔이 아니고 그 놈 집에서 했다는 거로군요. 함께 웃고 떠들며 밥을 먹고, 아마다 그 짓을 했을 그 날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웬만한 동선은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어긋난 사랑의 힘도 참 대단하다 싶습니다. 젊고, 키 크고, 사랑에 눈 뜬 그 놈과의 하룻밤은 얼마나 짜릿했을까요? 아마도 도파민이 분수처럼 쏟아졌겠지요. 결혼 20주년, 새해 첫 날에도 두 *놈들은 새해 인사를 주고 받고 있었습니다. 그 날 나는 아내에게 구찌백과 제주도 여행을 약속했구요. 새해 첫 날의 기쁨을 아내와 나누고 싶었는데 그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두 남자이게 사랑도 받고 돈도 받는 궁극의 행복을 누리고 있었네요. 이런 여자와 함께 사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내에게 따져 물었습니다. 먼저 꼬리친게 맞냐고. 아내는 시인도 부인도 아닌 묘한 웃음만 지었습니다. 사람마다 각자 기억이 있는 거고, 그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면 그런 거라고 말했습니다.
자꾸만 공을 나한테 떠넘기는 모습이 더 화가 났습니다. 그건 무책임한 거잖아요.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그 놈 말 믿지 말라고 해주길 바랬지만 그건 내 바램일 뿐이었습니다. 아내는 마치 넋 나간 표정으로 모든 결정을 제게 맡겼습니다. 나가라면 나가고, 남으라면 남겠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줄곤 이 외도의 원인이 '결핍'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은 목이 마른데 나는 자꾸만 빵을 가져다줬다고 하네요. 그런데 누군가가 흙탕물이라도 물을 가져다 주었다고 말합니다. 이 와중에도 참 기막힌 비유입니다. 하지만 모든 여자가 그런 결핍을 느낀다고 해서 바람을 피우진 않습니다. 이 곳에서 배운대로 자책으로 연결되지 않게 온힘을 쏟았습니다. 이 여자는 나쁜 년입니다. 남편 몰래 젊은 놈과 붙어 먹은 더려운 *입니다. 마음 속으로도 퍼붓고 실제로 면전에서도 퍼부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눈 앞의 모든 현실이 낯설기만 했습니다. 이 모든게 꿈이었으면 했습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 모든게 사실이고 현실이고 팩트였습니다. 결코 줏어담을 수 없은 깨진 물잔이 눈 앞에 놓여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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