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가 좋아하는 한정식 집은 서울 외곽 산기슭에 있었지.
이제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집은 차를 타고 멀리멀리 나가야 하는 외곽에 있었지. 주인양반은 약초를 캐러 지리산이며 어디 두메산골을 샅샅이 다니느라 식당에 붙어있지를 않고 반백 머리를 꾸밈 없이 질끈 묶고 생활한복을 입은 사모님이 사진찍으려고 기다리지 말고 음식이 나오는 대로 먹으라, 일갈했더랬다.
순서대로 차려지는 음식들 차례 사이 마치 그림같은 요리 한 접시가 나왔는데 아주 작은 게를 튀겨 띄엄띄엄 두고 접시 윗켠에 유자 소스로 둥근 호선을 그어 달마중 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그 요리를 퍽 기꺼워했다. 자랑스레 너무 예쁘지 않냐, 딸을 돌아보던 아버지의 환한 얼굴.
옛정취어린 음식점들이 그랬듯 식사를 마치면 자리를 옮겨 차를 한 잔 하는 공간이 있었다. 이층이었던가. 다실 한켠에 놓인 기타를 아버지는 손에 들고 현을 퉁겨보았더랬지. 나는 아주 오래전 앨범에 꽂힌 사진을 떠올렸다. 사진 속에 아빠는 20대였고 긴머리를 하고 기타를 들고 돌아보며 웃고 있었다.
8살엔 부친을 여읜 아이였고 10대 어느날은 발작처럼 방을 뒹굴던 소년이었고 20대는 촉망받는 의대생이었고 30대때는 정신병인 와이프와 이혼을 했고 이후 20년을, 정서적으로 망가진 두 딸을 키우다 재혼을 하고 셋째를 낳은 게 딱 쉰이었던 아버지. 60까지 어디에서나 40대 취급을 받았고 본인도 그렇게 사셨다.
칠순이 넘어가자 그때 태어난 아이는 대학생이 되고
아버지는 이제까지 외면해온 노화가 시작되듯 정신의 모서리들이 둔탁해지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많이 닮은 나는 그 모습에서 나의 노년을 목도한다. 그러나 난 아버지보다 모자라고 서투르게 늙어갈 것이다. 내가 아는, 또 모르는 아빠의 찬란한 순간을 몇번이고 떠올리면서. 영영 그리워하면서.
이제는 그림을 그리고 약초를 캐던 사장님도 돌아가시고 한정식 집도 없어지고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청년같던 아버지도 시간 앞에 노인으로 접어들고 나는 마흔 목전에서 욱신거리는 허리를 술로 잠재우며 지금의 내 나이를 훌쩍 뛰어넘고도 푸르른 나무같던 아버지의 시간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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